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
교사를 확보하기 위한 오랫동안의 노력들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교육은 교과서나 교재가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교재나 교육과정을 도입해도 교육성과는 교사의 수준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선교사로서의 동기와 믿음이 없는 교사와 함께 크리스천 리더 육성의 결실을 기대한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세계를 보는 눈이 작다.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생긴 것인 지도 모르고 어떤 것이 성공적인 삶인 지도 모른다. 생각도 작고 마음도 작다. 그저 부모와 사회가 설정해 놓은 껍질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그것을 깨뜨려 주어야 하는 사람이 교사이다. 더 넓은 세계와 더 높은 가치를 향해서 그들을 이끌어 내줄 안내자가 필요하다. 우리 학교에서 교사가 해야 할 역할은 그것이다.
야외 무대
캄보디아에는 외국에서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리핀 사람이 제일 많다. 교사로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도 있고 스스로 선교사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많이 들어와 있다. 인도, 파키스탄에서도 많이 온다. 매주 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이력서를 보내온다. 영미권 출신의 교사들도 가끔 이력서를 낸다.
나는 취업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일단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선교사 마인드를 기대할 순 없다. 그들이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책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더 넓은 세계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들은 아이들에게 이상을 심어줄 수 없다. 그들에겐 오직 자기 자신만이 관심사이며, 일순간 학교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국제 학교들은 지급할 수 있는 페이의 수준에 맞게 고용할 수 있는 교사가 많다. 모두들 별 어려움 없이 교사를 고용하고, 그만두겠다 그러면 보내고 또 새로 채용한다.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기독교 학교는 웨스터너 교사를 찾느라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기독교인 교사를 뽑았어도 교사때문에 힘든일이 생기는 경우는 종종 있다.
1월에 ACSI에 가입했다. 여기는 세계 기독교 학교 연합인데 아직 학교가 개교하지 않았지만 교사 모집에 도움을 얻기 위하여 이례적으로 미리 가입했다. 한국에도 20여 개의 기독교 국제 학교가 회원 학교로 가입돼 있다. 2월에 잠시 한국에 방문했을 때 분당에 있는 회원 학교인 B 국제 학교를 방문했다. 규모가 대단한 학교인데 함께 학교에 대해 나누었고 교장선생님은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앞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협력 활동 등을 통해 상호 간 유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학생이 선진화된 한국에서 1년 정도 공부하고 오면 아이들 생각과 의식에서 엄청난 성장이 있을 것이다.
3월에는 ACSI 아시아 책임자가 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학교를 둘러보면서 크게 감명받은 것 같았다.
수영장
3월 말쯤 한국의 협력학교 교장선생님이 한 청년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30대 초반 호주 청년이다.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1년 과정 선교사 양성 신학교를 졸업했고 호주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나는 그에게 교사로 초청하는 메일을 보냈고 그는 기뻐하며 합류를 결정했다. 그는 며칠 후 그의 친구를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가 목사인 미국인으로 대학 졸업 후 선교사로 나갈 것을 소원하며 기도하던 중이었다. 그 역시 매우 기뻐하였고 빨리 캄보디아에 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5월에 ACSI가 올린 광고를 보고 미국에서 한 청년이 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아버지가 목사이며 미국의 명문대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성적 증명서를 첨부해서 보냈는데 성실하고 스마트한 청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첨부한 목사 추천서에는 그가 교회에서 매우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한다고 기록돼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선교사로 인식하고 현재 후원교회도 알아보고 있다.
그즈음에 캄보디아인 교사도 구했다. 친하게 지내는 선교사의 교회 청년인데 좋은 대학교를 나온 믿음 좋은 자매이다. 이 청년을 인터뷰하던 날 잘 가르쳐진 크리스천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이곳에서 필리핀 교사나 웨스터너교사들을 경험해 보면서 이 나라 안에서는 우리 학교가 필요로 하는 교사를 찾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직 때묻지 않은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을 세계 각지에서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뒤돌아 보면 나는 남이 안 하고 또 안될 것 같은 일을 늘 하려고 해왔다. 교사 모집도 남들은 그렇게 어렵게 안 하는데 나는 그걸 쉽게 못한다. 그것은 내가 이 나라에서 학교를 통해 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잘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좋은 열매를 기대할 순 없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역사다. 하나님의 이적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내가 믿음이 없어 인간적인 생각으로 하지만 않는다면, 여전히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하나님은 앞으로도 계속 역사하실 것이다.
이도 만군의 여호와께로부터 난 것이라. 그의 경영은 기묘하며 지혜는 광대하니라. 이사야 28:29
2023.7.24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꿈쟁이 박선교 선교사
